시승기

[시승기] 페라리 488 피스타 프로토타입 시승기

3,498 2019.06.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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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피스타와 함께 트랙을 달린 지 4일이나 지났지만 나의 쇄골은 여전히 얼얼하다. 그러나 아주 기분이 좋다. 열정적으로 달리거나 수영을 하고 난 후의 뻐근함을 느껴본 적 있나? 아주 빠른 스피드와 가속도, 울부짖는 소음들이 한차례 회오리처럼 지나갔다.

488 피스타는 마레넬로에서 생산된 V8 중 가장 강력한 주인공이자 비공식적으로 페라리 피오라노 테스트 트랙을 라페라리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녀석이다.

2.85초에 100km까지 가속하는 실력을 지녔지만,출발부터 강렬함을 쥐어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회전하고 난 후에 더 타이트하게 밀어붙인다. 레이싱카에 가깝게 조율된 V8 3.9L 트윈 터보는 회전을 올릴수록 맹렬한 기세를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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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서 느끼는 40-200km/h의 가속감은 공포스럽다. 코너를 지날 때마다 라인이 어디 있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물리학으로 차의 스피드를 설명하자면, 이 차는 양자 물리학에 가깝다. 지금까지 당신이 배운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100km/h에서 두 번째 점프는 4.75초가 걸린다. 따라서 0-200km/h 가속을 7.6초에 완수하는 셈이다. 주행하는 동안 34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걸 의심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피스타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증거는 많다. 예컨대, 3단 기어(3000rpm)에서 풀 가속을 하면 0.9g의 가속력을 내고 4단 기어에서조차 0.7g로 밀어낸다.

Metallurgy lessons

피스타의 심장은 정말 경이로운 엔진이다. 완벽한 이론적 바탕에 실전 경험을 버무려 완성도를 높였다. 488 GTB는 최고출력 492kW와 720Nm를 냈다. 3.9L의 배기량을 생각하면 아주 인상적인 퍼포먼스다, 그렇지 않나? 그러나 488 피스타에선 530kW(8,000rom)와 770Nm를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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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보도자료엔 이 엔진이 알루미늄 블록으로 만들어졌다고 쓰여있다. 그러나 실제론 좀 더 복잡하다. 티타늄과 스트론튬, 마그네슘, 망간, ALSi7 등을 복합적으로 섞었다. 단순히 오래된 코카콜라 캔을 녹여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엔진은 일반적인 자동차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카본 파이버로 만든 짧은 길이의 인테이크뿐만 아니라 3피스 형태의 배기 매니폴드(보통보다 9.7kg 가볍다)도 평범하지 않다. 이는 488 GTB보다 거의 4배나 더 많은 돈이 든다.

커넥팅 로드는 티타늄으로 만들어 1.7kg의 무게를 덜었다. 아울러 크랭크샤프트와 플라이 휠은 1.2kg와 1.5kg씩 다이어트했다. 결과적으로 엔진 내부의 회전 관성이 17%나 줄었다.

스로틀 응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있었다. 플리넘 챔버(Plenum Chamber)의 볼륨을 41% 줄였고 러너는 60%나 짧다. 캠샤프트 프로파일은 더 공격적이고 흡배기 밸브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스프링을 짝지었다.

조금 기술적인 부분인데, 혼합기의 온도가 낮아졌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덕분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으니까. 피스타의 혼합기 온도는 같은 조건에서 488 GTB보다 7도 정도 낮다. 챔버 디자인의 개선으로 공기의 온도가 6도나 낮아졌다.

488 GTB와 다른 점은 더 있다. 터보의 사이즈를 키우고 더 빠르게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압축기 앞에 설치한 새로운 인덕티브 스피드 센서 덕분에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티타늄-알루미늄 터빈 적용으로 터보차저의 회전 관성이 50%나 줄었고 새로운 볼 베어링 덕분에 마찰력은 30% 가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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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개발팀의 리더 지안프랑코 페라리(Gianfranco Ferrari)는 "일반적인 로드카가 가지는 마진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보통의 경우 효율과 내구성 등의 이유를 들어 조금 여유를 두는데 피스타의 엔진은 이런 여유를 줄이고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백금 스파크 플러그와 3세대 노킹 센서 시스템을 적용해 노킹 발생 가능성을 40% 줄였다. 두께가 1mm에 불과한 배기 파이프는 스포츠 모드에서 거의 2배에 가까운 울음을 토해낸다. 488 챌린지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리튬이온 배터리, 초경량 시트 등을 적용해 GTB보다 90kg 가까이 가볍다.

And also around corners

피스타는 충분한 다운포스를 갖고 있다. 같은 속도에서 488GTB보다 50%나 큰 다운포스를 만든다. 이는 운전자에게 고속 코너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안전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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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엔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열정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짙다. 상대적으로 그 외의 것들이 관심을 덜 받곤 한다. 이것이 488 피스타가 GTB와 많은 보디 파츠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엔 엔진만큼이나 보디 파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보닛이다. 보닛 앞부분을 움푹 파냈다. F1 스타일의 S 덕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고속에서 차체가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리어 스포일러는 30mm 낮고 40mm 길다.

리어 범퍼엔 에어 벤트를 뚫어 디퓨저와 함께 차체의 불안정한 움직임을 줄인다. 이는 르망 488 GTE 레이스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3개의 액티브 플랩을 갖춰 필요에 따라서 다운포스를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코너의 정점까진 다운포스를 강화하고 가속이 필요할 땐 저항이 되는 다운포스를 줄인다.

사이드 에어 인테이크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458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지만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좀 더 나약해 보인다. 이유는 엔진의 에어 인테이크가 전보다 리어 스포일러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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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롤스로이스급의 실내는 아니지만 F430 스쿠데리아처럼 헐벗진 않았다. 카본 파이버와 알칸타라가 많이 쓰였고 대시보드, 시트, 스티어링 휠엔 스티치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당연히 페달은 알루미늄이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글러브 박스도 생략했다. 그렇기에 작은 서류는 시트 뒤 포켓에 넣어야 한다. 팁을 주자면 엔진이 가깝기에 초콜릿을 그곳에 두면 안 된다.

다른 비밀병기로는 다이내믹 인핸서(dynamic enhancer), 날카로운 변속이 가능한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카본 파이버 20인치 휠, 10% 강성을 높인 새로운 댐퍼와 스프링 등이 있다.

Key fast car disciplines

488 피스타의 제동력은 경이적이다. 200km/h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488 GTB보다 거의 1미터 정도 앞서 멈춘다. 피렐리가 이 차를 위해 특별히 선물한 타이어는 접착제처럼 아스팔트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스티어링은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페라리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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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하는 동안 악재와 호재가 겹쳤다. 첫 번째 드라이빙을 도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마라넬로 인근의 도로라는 점이 아쉬웠다. 눈과 구덩이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스타는 아주 믿음직스럽게 움직였다. 가끔 마주치는 블랙아이스가 두렵지 않을 정도로.

피스타는 슈퍼카와 하이퍼카의 경계에 있는 모델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루기 쉽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댐퍼의 강성을 소프트하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저속 코너와 미끄러운 중속 코너를 만날 때마다(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스키드 컨트롤이 신속히 개입해 자세를 추스른다.

일반 도로에서 힘을 살짝 빼면 훨씬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똑똑한 변속기가 알아서 적당한 기어를 찾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둬라. 하체가 GTB보다 단단하지만 이것이 곧 불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드한 세팅에선 두말할 것 없이 명민하게 전투력을 올린다. 스티어링 감은 무겁고 미묘한 차이까지 완벽한 피드백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Racetrack on the double

우리는 고속, 중속, 저속 코너가 섞인 피오라노 트랙을 달렸다. 엔진은 트랙 주행을 위해 잘 짜인 패키지와 같았다. 페라리는 모든 면에서 전보다 더 공격적인 레이스 모드를 마련했다. 타이어의 상태와 그립 한계까지 아주 많은 정보를 준다. 488 GTB보다 그립 한계가 더 높은 곳에 있다는 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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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쉽다. 당신이 어떤 속도에서 어느 정도로 브레이크 페달에 힘을 주어야 하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주 선형적인 반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코너를 지날 때 생각보다 조금 일찍 가속페달에 힘을 줄 수 있다.

속도에 따라서 짜릿함을 주는 건 아주 값비싼 차의 몫이다. 어떤 스피드에서건 운전자에게 흥분을 준다. 소음은 생각하는 그대로다. 격렬한 사운드로 야수의 본능을 자극하며 드라이버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그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킹 없이도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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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페라리가 488 GTB 대체자를 만들었을 때, 아마도 그 모델 라인업의 정점에 488 피스타 스타일의 모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마도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완벽히 후계자 역할을 할 것이다. 458 스페치알레와 488 피스타의 관계처럼 말이다.

488 피스타는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글_Michael Taylor (엔카매거진 파트너, 호주 모터링닷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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