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아빠에서 오빠로 성공적 변신,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트 시승기

3,455 2019.06.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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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열 번째 어코드가 서둘러 국내 시장을 두드렸다. 겉모습은 물론, 심장도 젊어졌다. 여기에 최신 '혼다 센싱'을 승부수로 내세웠다.
글, 사진_고석연 기자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세단의 정석', '중형차 교과서'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어코드가 10세대를 맞이했다. 1977년부터 어코드의 역사가 시작됐으니, 공자의 말을 빌리면 불혹(不惑)의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혼다는 중형 세단 어코드의 모토를 '하모니(Harmony)'라 주장한다. 운전자에게는 여유를 주며, 주변 환경에는 조화를 제공한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흔들리지 않고, 어디서든 조화를 강조해 온 어코드를 직접 만날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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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인트들의 충돌, 장년층의 반응은 미지수

혼다코리아는 1.5L & 2L 터보 가솔린 모델과 2L 가솔린과 두 개의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를 모델, 이렇게 세 종류를 국내에 가져왔다. 이번에 살펴본 신형 어코드는 '2.0 Turbo Sport' 모델이며, 다른 모델들은 별도의 기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사진으로만 접한 10세대 어코드와의 첫 만남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미디어 시승회에 준비된 10대의 차량 중 단 한 대만이 붉은 계열인 산마리노(SAN MARINO) 컬러였는데 운이 좋게도 이 차에 탑승하게 됐다.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어코드의 컬러는 총 8가지, 그중 산마리노 레드는 2.0 터보 스포츠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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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윙’이라고 부르는 전면부 디자인 컨셉트는 차체를 굉장히 넓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여기에 촘촘히 박힌 LED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졌으며, 수평을 그린 보닛 라인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이전 9.5세대와 마찬가지로 나뉘지 않은 넓은 면적의 크롬 그릴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호불호'를 나을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

변화는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이전까지는 전통 세단의 라인을 고집했다면 신형 어코드는 루프 라인을 아치로 그리며 C필러 부근을 길게 이어 스포츠 쿠페 형상을 표방했다. 또한, 리어 쿼터 글라스 아래로 꺾임을 주고, 측면 전체에 상·하단으로 분리된 강한 캐릭터 라인을 추가해 심심한 세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체 크기만 살펴보면 이전과 길이는 같고, 폭은 10mm 늘고, 높이는 15mm 낮췄다. 대신, 휠베이스는 55mm나 확장해 결과적으로는 앞·뒤 오버행이 줄고 낮아져 신형 어코드가 추구하는 방향을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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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실내, 우아함까지 더해 폭넓은 계층 공략

실내에도 파격은 이어진다. 웅장한 콘서트홀에서 영감받은 실내 구성은 중형 세단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새로 디자인한 스티어링 휠은 이전의 고루함을 벗어던졌으며, 높게 솟은 변속 레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P, R, N, D'로 구성된 버튼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참고로 1.5L 터보 모델은 버튼 타입이 아니며, 10단 변속기가 아닌 CVT 변속기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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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도 확 뜯어고쳤다. 7인치 디지털 계기판으로 선대 모델과 비교해 시인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이 부분은 국산차의 수준이 워낙 높아져 큰 자랑거리는 아니다. 중앙에 위치한 8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돌출형 방식으로 최근 유행을 따랐다. 터치를 지원하는 국산화 내비를 탑재했고, 아이폰 사용자에게 편한 애플 카플레이도 챙겼다. 반응이 재빠르고 사용감도 우수했지만, 패널 양측에 자리한 물리 버튼의 작동감은 어색했다. 과거, '전축'이라 부르던 오래전 가정용 오디오를 누르던 기억이 살아났지만, 이것을 의도했을 리는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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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인이 탑승하는 패밀리 세단인 만큼 1,2열을 가리지 않고 공간이 넉넉하다. 2열까지 히팅시트가 장착되어 있고, 통풍 기능은 없다. 시트의 감촉은 매끈했지만 체급에 맞는 퀄리티 딱, 거기까지다. 기술의 발전으로 시트에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고, 원가를 고려해 얇아지는 가죽 두께의 추세는 거스를 수 없겠지만 몸에 닿는 부분이 늘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오랜 시간 타 봐야만 알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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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짠 파워트레인, 쭉쭉 뻗는 재미 탁월

2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꾸린 시승차는 최고출력 256마력(6,500rpm)과 37.7kg·m(1,500~4,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어코드가 오랜 기간 유지해온 2.4L와 3.5L 자연흡기 엔진의 시대도 뒤편에 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낮은 회전의 엔진 영역에서도 높은 토크를 발휘하도록 세팅한 터보 엔진의 특성으로 출발부터 가볍게 차를 밀어 부친다. 이전 3.5L 모델과 비교해 75kg을 덜어낸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대략 편도 60km 구간을 운전했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뒷자리에 앉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시트에서 평가하는 어코드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고출력을 바탕으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등급인 만큼 유일하게 액티브 컨트롤 댐퍼 시스템(Active Control Damper System)도 탑재됐다. 주행 모드와 실시간 노면 정보에 따라 감쇠력을 변화시킨다. 여기에 19인치 휠도 무시할 수 없다. 운전하는 내내 차는 기민하게 반응했고, 노면을 옹골차게 웅켜 쥐었다. 다양한 속도 영역을 재빨리 오르내려 운전의 스트레스를 확연히 줄였다. 오히려 재미를 안겨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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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열에서는 즐겁지 못했다. 이전보다 단단해진 서스펜션과 대형 휠은 충격을 뒤 시트에 그대로 올렸으며,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이 실내로 자비 없이 전달됐다. 실내에 3개의 마이크를 장착해 소음을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이 무색할 정도였다. 2열에 누군가 탈 일이 많은 오너라면 반드시 1.5L 터보와 직접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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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L 터보 모델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1.5L 터보 모델과 하이브리드에는 17인치 휠이 장착되며,  휠 레조네이터’ 기술도 탑재된다. 이는 휠의 림 중앙부를 따라 특수 소재의 흡음재를 추가해, 휠과 타이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명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물론, 최초는 아니고 지난 2015년, 혼다의 플래그십 '레전드'에서 소개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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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큰 관심사인 '혼다 센싱' 이야기를 하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업그레이드 된 이번 '혼다 센싱'은 저속 추종 장치(ACC with Low Speed Follow)가 압권이다. 30km/h에서 180km/h까지 동작하며 120m까지 감지한다. 물론 30km/h 미만에서도 작동하지만 전방에 장애물이 없는 경우 최저 30km/h로 주행한다. 시가지를 운행하는 동안 앞차를 따라가는 추종 기능이 매끈해 속도를 한 번에 높이거나 낮추지 않아 이질감이 적다. 완전히 정차하면 알아서 출발은 하지 않아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누르거나 가속 페달을 밟아야 다시 앞 차를 따라간다.

비상 자동제동 시스템은 이제 국산 소형 SUV에도 탑재되어 익숙한 상황이라 크게 놀랍지 않았다. 72km/h 이상에서 동작하는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은 차로 안에서 우측으로 약간 치우쳐 주행(실제 운전 특성을 고려한 세팅)했고 좌·우로의 움직임이 반복되지 않아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완전히 손을 떼면 유지 시간이 15초 내외였으며, 차선 인식을 종종 놓쳤다.


Editor’s point
신형 어코드 2L 터보 모델은 1.5L 터보와 비교해 엔진과 변속기, 여기에 '혼다 센싱'까지 더해 값 차이가 650만 원이나 난다. 4,290만 원의 값은 드라이빙 자체를 즐기지 않는 운전자에겐 부담스런 수준이다. 이들에겐 2L 터보보단 1.5 터보를 추천한다. 특히, 2열에 가족을 자주 태운다면 함께 반드시 시승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둘 다 놓치기 싫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2L 터보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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