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뼛속까지 상남자, 짚 레니게이드 디젤

2,876 2019.07.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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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감 더한 외관 및 안전 품목 늘려
 -4기통 2.0ℓ 터보 디젤 엔진은 무난해

 짚의 마스코트를 담당하는 레니게이드는 박스카 형태의 개성 넘치는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B-SUV 세그먼트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경쟁차와 다른 길을 걸었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입증받았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에게 레니게이드는 최적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생김새만 보고 단순히 귀여운 디자인의 패션카로 여겨지는 인식이 많았고 크기와 편의 품목, 성능은 평가에서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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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는 예쁜 모습으로 치장한 실속 없는 SUV일까, 아니면 짚의 정체성을 품은 숨겨진 강자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부분변경 레니게이드를 만났다. 신형은 지난 4월 가솔린이 국내에 등장했고 그로부터 2개월 후에 디젤 트림이 추가됐다. 시승차는 디젤 버전인 리미티드 하이 2.0ℓ AWD다.

 2014년 글로벌 데뷔(국내에는 2015년 출시했다) 후 약 5년 만에 바뀐 부분변경 제품이지만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면 바뀐 곳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레니게이드 디자인은 더 이상 손댈 곳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는 짚의 판단 때문이다.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부분변경만의 차별화를 위해 곳곳에 시선을 머물 포인트를 넣어 살짝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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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상징하는 세븐 슬롯 그릴과 새로운 디자인의 LED 헤드 램프 덕분에 인상이 더욱 총명해졌다. 또 방향지시등 위치를 옮겨 달아 새롭게 디자인한 앞 범퍼와 안개등 주위에 크롬 도금을 둘러 고급감을 더했다. 이 외에 테일램프 안쪽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왼쪽에 위치한 돌출형 배기구를 제외하면 옆과 뒤는 이전 제품과 같다.

 외관에 비해 실내는 바뀐 부분이 제법 있다. 계기판 가운데 정보창은 크기가 더 커졌고 화려한 그래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조장치 부분은 한 체급 위인 체로키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 부품 공유화에 따른 비용 절감 목적이 크지만 레니게이드만의 특징이었던 이전의 동그란 공조장치가 사뭇 그리워진다. 험로 주행에 적합한 셀렉 터레인도 세로에서 가로 형태의 조그셔틀 위치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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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어링 휠에는 눌러볼 수 있는 버튼이 꽉 들어찼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풀스피드 전방추돌경고 플러스 시스템 등 다양한 주행 안전품목을 더한 덕분이다. 이 외에 앞좌석 8방향 파워시트와 뒷좌석 4:2:4 분할 폴딩 시트, 높이 조절식 카고 플로어, 서브우퍼를 포함한 9개의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을 기본으로 넣어 상품성을 높였다. 반면 센터페시아 상단에 짚의 탄생 연도를 새겼던 '1941' 장식은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동력계는 4기통 2.0ℓ 터보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 170마력, 최대 35.7㎏·m의 힘을 낸다. 시동을 거니 거친 소리를 내며 달릴 준비를 마친다. 잔진동과 저속에서의 떨림도 요즘 나오는 도심형 SUV와 다르게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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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다르게 움직임은 상남자 스타일이다. 가속 페달 감각은 묵직한 편이며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부드럽거나 섬세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답답하면서 버거운 느낌도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숨을 고르고 당차게 앞으로 전진하는 과정이 꽤 듬직하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핸들링이다. 우선 무게가 있어 초보나 여성 운전자들이 주차 및 도심 골목길에서 다소 버거울 것 같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은 기대하기 힘들어 자꾸만 속도를 줄이게 된다. 반자율 주행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차선을 벗어나면 스티어링 휠이 알아서 안쪽으로 유도하는데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아 당황하게 된다. 여러모로 스티어링휠 세팅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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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특유의 강한 토크는 레니게이드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 조금 더 힘을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게를 실어 힘차게 달린다. 언덕이나 추월 가속 시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변속기는 반응이 빠르지 않지만 한번 맞물리면 직결감이 좋아 엔진 성능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안정적인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큰 불만이 없다.

 부분변경 레니게이드는 몰라보게 얼굴을 고쳐 완전변경처럼 보이게 하거나 눈에 띄는 외형 변화보다 꼭 필요한 부분만 바꿔 내실을 다졌다. 그 결과 한 단계 완성도가 높아졌고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겉모습만 보고 차를 판단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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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니게이드는 크고 웅장하며 거침없이 도로 위를 질주하는 상남자 SUV다. 자동차로 개성을 표현하고 싶으면서도 짚이 가진 정체성이 깃든 정통파 SUV를 원한다면 신형 레니게이드의 등장은 꽤 반가운 소식일 듯하다. 가격은 3,390만원부터 4,340만원까지 책정됐고 시승차인 디젤 리미티드 하이 2.0ℓ AWD는 4,3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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