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첫 수입 SUV로 고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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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화살촉 모양의 엠블럼을 지닌 시트로엥. 차 좀 안다는 사람들은 독특한 모양을 '더블 쉐브론'이라고 부릅니다. 헬리컬 기어 모양에서 유래됐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 마크가 자주 보이진 않습니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이죠.
과거 PSA가 강조한 프랑스 감성들은 도통 국내 반응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유독 난해했고, 고집스러웠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푸조의 신형 3008이 나온 후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질감 심한 MCP 변속기 대신 일반 자동변속기(EAT)를 선택했지요.
안팎의 디자인도 새로 했습니다. 좀 더 큰 5008 함께 푸조 SUV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PSA의 공식 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시트로엥 브랜드에도 비장의 카드를 꺼내었습니다. 정말 팔릴만한 적당한 크기의 SUV를 등판시켰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SUV'. 'comfort'라는 슬로건도 명료합니다. 가장 편안한 SUV를 지향하고 있지요.
얼마나 편안한지 직접 검증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서울과 가평 일대를 오가는 시승회 자리를 통해서입니다. 대략 80km 구간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 먼저 생김새부터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C5 에어크로스는 편의상 준중형 SUV로 분류합니다. 차체는 길이, 너비, 높이 각각 4,500mm, 1,840mm, 1,690mm입니다.
앞·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는 2,730mm. 그룹 내 푸조 3008과 5008 중간 정도 크기입니다.
국산차 투싼과 비교하면 길이는 20mm 길고 휠베이스는 50mm 여유롭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는 앞서 공개된 C3 에어크로스와 유사합니다.
헤드램프에서 그릴, 엠블럼까지 수평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키포인트. 그러나 아래쪽으로 자리한 헤드램프를 C3보다 날렵하게 다듬었습니다.
여기에 앞·뒤 펜더를 부풀려 볼륨감도 강조했습니다. 확실히 플래그십 SUV다운 모습입니다.
실내로 들어오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보통의 SUV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확실한 콕핏 인테리어를 강조한 푸조의 SUV보다는 개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다만 전자식 변속 레버는 3008, 5008과 공유합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그립감이 우수해 운전하는 내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듭니다.
C5 에어크로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시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필자가 시승한 모델은 2L 샤인 모델로 하이프 브라운 나파레더 시트가 포함됩니다.
등받이에 안쪽으로 자리한 8개의 공기 주머니는 다점 마사지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 기능을 켜지 않아도 두툼한 패딩을 입은 듯하죠.
처음 시트에 앉았을 때는 시트 전체가 등에 닿지 않는 느낌이 어색합니다.
그러나 이질감도 잠시뿐. 척추를 곧게 세워줘 올바른 자세를 유지시켜 줍니다. 마치 자세 교정용 기능성 의자에 앉은 기분이죠.
손에 닿는 가죽의 감촉도 고급스럽습니다. 그러나 1.5L 모델에는 그레이 하프레더 시트가 장착되며 마사지 기능은 빠집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이쯤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심장에 숨을 불어넣어 도로 위에 올랐습니다. 역시나 조용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PSA 디젤 엔진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C5 에어크로스는 특히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과 소음을 잘 걸러냅니다.
여기에 엔진을 켜고 끄는 '스타트 앤 스톱' 기능도 우수하죠.
차가 완전히 서기 전 자연스럽게 시동을 끄고, 출발할 땐 부드럽게 살려냅니다. 오랜 시간 디젤 유닛을 다룬 노하우가 돋보이는 부분이죠.
C5 에어크로스의 2L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EAT8)와 궁합을 맞춥니다. 최고 177마력의 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죠.
1,685kg의 차체를 휘두르기에는 충분한 성능입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펀치력을 기대하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빙 모드를 바꿔도 크게 달라지진 않죠. 특히 100kg 정도 가볍지만 130마력을 발휘하는 1.5L 모델은 좀 더 발진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서두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C5 에어크로스는 '편안함'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서스펜션에도 많은 신경을 썼죠.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이라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유압식 댐퍼 속에 별도로 작용하는 두 개의 스프링이 추가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이름값은 톡톡히 하는 녀석입니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은 방지턱을 비롯해 비교적 큰 요철의 충격을 유연하게 받아냅니다.
감쇠력도 우수해 반복된 출렁임도 잘 억제되었죠. 하지만 시멘트 도로, 자갈처럼 미세한 요철이 이어지면 보통 SUV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C5 에어크로스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이 포함돼 있습니다. 완전히 멈출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에 차로 유지 기능이 더해집니다.
반자율주행 시 가속과 감속의 부드러움은 웬만한 운전자를 능가하는 수준.
테스트 결과 운전대에 손을 떼면 18초 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25초 후 경보음이 울립니다. 그러나 명칭에는 오해 소지가 있습니다.
C5 에어크로스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은 국산차 HDA처럼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한 방식은 아닙니다.
70km 구간을 달린 후 계기판을 보니 연비 게이지는 20.3km/L를 가리켰습니다.
연비 운전에 집중한 결과지만 복합연비(14.2km/L)에 비춰보면 상당한 수준. 1.5L 모델로는 28.8km/L를 달성한 에디터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다음에 이어진 시내 구간과 급가속 반복 테스트에도 바늘은 12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만난 C5 에어크로스의 시승을 마치며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차는 직접 타봐야 알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죠.
4천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편한 SUV를 찾는 분들에게 "C5 에어크로스는 반드시 시승해 볼 가치 있는 SUV"라고 이야기를 드리며 끝을 맺겠습니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는 1.5L 필과 샤인, 2L 샤인 세 가지 트림으로 나뉩니다.
가격은 1.5L는 각각 3,943만 원, 4,021만 원. 2L 모델은 4,734만 원입니다. 주력 판매 등급은 1.5L 샤인. 그러나 기왕 수입 SUV로 접근했다면 2L 모델을 추천합니다.
덩치에 어울리는 든든한 심장을 바탕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시스템이 어우러져
"운전이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엔카매거진 고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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