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메르세데스 AMG GT, 1000km 사용기

2,339 2019.06.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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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통 스포츠카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전동화(EV) 추세대로라면 곧 내연기관 차가 멸종해버릴 것 같았습니다.

결국 V8 엔진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손에 넣었습니다.

메르세데스 AMG GT. V8 3,982cc 엔진에 터보차저 두 개. 앞바퀴는 조향을, 뒷바퀴는 구동하는 FMR 레이아웃. 최고시속 300km를 넘는 고성능 모델.

구입 후 1,000km 타면서 느낀 몇 가지 사용 소감을 소개합니다.

객관화 하려 노력했지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아직 애정이 큰 시기라서지요.

이에 대한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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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비, 기름값
개인적으로 차 살 때 ‘연비’를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국산차 중 기름 제일 많이 먹는다는 G80도 탔었고, 얼마 전까지는 포르쉐나 M 같은 스포츠카도 탔었는데요.

이 녀석들은 느긋하게 다니는 제 운전습관 하에서 늘 8~9km/L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연비 걱정 안 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기름 많이 먹어도 살살 다니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 차는 만만치 않네요. 시내에서는 5km/L도 힘들고(대충 3~4km/L 나오는 것 같습니다)

 늦은 밤 올림픽대로를 80km/h로 항속해야 그나마 8~9km/L 나오는 듯합니다.

평균 연비로 따지면 6~7km/L이겠네요. 다행히 적산 거리 700km를 넘어가면서부터 체감상 10%쯤 연비가 개선되었습니다. 제가 차에 적응한 걸 수도 있을 테지만.
참고로 AMG GT는 옥탄가 98 이상의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합니다. 만일 옥탄가 95의 고급유를 넣는다면 풀 액셀을 자제해야 한다네요(매뉴얼에 그렇게 나와 있음).

국내 고급유 기준이 옥탄가 94 이상이므로 주유 면에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을 전망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료통이 75L라는 사실. 이에 따라 한 탱크로 400~500km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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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지비, 정비비
AMG GT의 보증기간은 3년 또는 10만km까지입니다. 4년(km 무제한)인 포르쉐보다는 짧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보증 연장’이 안 된다는 것. 정보에 따르면 조만간 만들어질 계획은 있다는데요. 어쨌든 지금 이 순간에는, AMG GT의 보증 연장이 불가합니다.
대신 와이퍼나 디스크 로터, 브레이크 패드, 각종 오일류의 소모품 교환이 다른 메르세데스처럼 무상입니다. 설령 무료가 아닐지라도 유지 관점에서 부담은 적습니다.

가령 적산 거리 600km일 때 사비로 엔진오일 교환했는데요. 이때 18만5,000원 들었습니다. 저렴한 느낌이더군요.

포르쉐 박스터(981)는 회당 35만 원쯤 냈던 것 같습니다. BMW도 15만 원 정도 들었고요. 알아 보니 여타 소모품 교환 비용도 비교적 현실적이라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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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전 편의성
AMG GT를 실제로 마주하면 긴 보닛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이 드러누워도 될 것 같은 기분.

아울러 차 폭이 1,940mm로 S클래스보다 35mm나 뚱뚱합니다. 이 때문에 몰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다행히 하루 이틀 만에 금세 적응 되었습니다.

물론 램프형 주차장 드나들 때는 ‘후덜덜’합니다. 휠 긁을까 봐.

또 앞 범퍼가 낮기 때문에 주차장 진출입할 때 상당히 신경 쓰입니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만큼은 아니지만 911보다는 차고가 확실히 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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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감은 편합니다. 뭐 911만큼 편하진 않습니다만 이 정도면 이틀에 한 번은 출퇴근할 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 911은 매일 타도 편함).

가장 큰 요인은 시트가 SL클래스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보기에는 단단할 것 같은데 좌석에 앉으면 소파처럼 푹하고 꺼집니다. 대신 AMG 퍼포먼스 시트가 달린 에디션 1 모델은 사정이 다를 겁니다.
하체도 딱딱하지 않습니다. 파나메리카나 그릴 달린 2018년형 모델부터는 감쇠력 조절식 댐퍼가 달리는데요. 이걸 콤포트로 놓으면 꾸울렁~꾸울렁~거리면서 느끼하게 움직입니다.

여기다 주행모드까지 콤포트면 그냥 평범한 자동차 몰 듯 굴릴 만합니다.

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쪽 시야는 거의 포기해야 하고요. 앞쪽도 유리창(윈드실드)이 작아서 꼭 천장이 짓눌린 차를 타는 기분이 듭니다.

스타일을 위한 희생이라기엔 포기해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시야는 역시 포르쉐가 짱입니다(포르쉐 빠라서 자꾸 포르쉐 얘기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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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배기 사운드
8기통 엔진 차를 찾는 이유의 5할 이상은 사운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웅장함? 내지 고동감이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그래서 이 차를 구입한 것이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운드에 대한 감동이 없습니다. ‘길들이기’ 때문입니다.

AMG는 매뉴얼에서 길들이기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여기 따르면 1) 시속 140km 넘기지 말고 2) 4,500rpm을 이따금 사용해 주며, 3) 주행모드는 콤포트를 이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번역이라 그런지 난해합니다.
어쨌든 AMG GT는 콤포트 모드에서 사운드가 거의 없습니다. AMG 맞나 싶습니다. 가변 배기를 꺼 둔 상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바깥에서는 꽤 시끄럽다는데요.

분명 실내에는 배기음이 거의 안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배기 사운드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오늘 아침에 아주 잠깐 동안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두었는데 감속할 때 포탄이 여러 발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긴 했습니다.

설령 길들이기가 끝날지라도 주변에 사람이나 차가 없을 때만 배기음을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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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금과 보험료
배기량이 4.0L이므로 자동차세는 2.0L 차량의 딱 두 배입니다.

 1년에 104만 원 정도. 보험료는 제 기준(만 30세 이상, 무사고, 교통법규 위반 없음)에서 170만 원 나왔습니다.

참고로 함께 보유 중인 제네시스 G70 3.3은 1년에 50만 원 냅니다. 300만 원 정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적게 나왔습니다.

딱 차량 가액만큼의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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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성능, 스펙
지금은 길들이기 중이라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어줄지 알 수 없습니다.

제대로 시승하고 구입한 것도 아니라서 가속력이 어떤지, 굽잇길에서 운동성이 어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스펙을 나열하는 것뿐. 그래서 아래에 스펙을 적겠습니다.
이 차의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76마력을 냅니다. ‘476’이라는 숫자 때문에 다른 63 모델들과 같은 엔진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AMG GT는 드라이섬프 방식이고 나머지 63은 웻섬프라 블록이 다릅니다.

 모두 알고 있듯 드라이섬프는 윤활에 유리하고 오일팬이 없기 때문에 엔진을 납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AMG GT의 경우 웻섬프에 비해 엔진 위치를 5.5센티미터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력은 2017년형까지 462마력이었다가 2018년형부터 14마력 올랐습니다.

참고로 부스트압을 0.1바 높게 쓰는 GTS 버전은 522마력을 냅니다. 서로 하드웨어는 같다네요.

최대토크는 GT가 64.2kg∙m이고 GTS는 68.2kg∙m. 힘이 아쉽다면 칩튜닝으로 625마력, 75kg∙m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공식 센터 보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출력에 익숙해지면 진행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순정 상태에서의 최고속도는 304km/h, 0→100km/h 가속은 4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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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뒤 차축에 달려 있습니다. 트랜스 액슬 방식. 페라리나 포드 GT의 것과 같은 게트락 7DCL750 유닛입니다.

이로써 AMG GT는 앞이 뒤보다 가볍습니다. 무게 배분 47:53으로서 뒤가 더 무겁습니다.

차를 이해하지 않은 채 코너로 던지면 언더스티어가 심하게 날 것입니다. 노즈를 꾹꾹 누르는 연습이 필요할 듯하죠.
스페이스 프레임은 SLS AMG로부터 넘겨 받은 것. 이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으로 짜여 있는데요.

이로써 화이트 보디(BIW)가 231kg라고 합니다. 국내 제원 상 공차중량은 1,665kg로 G70 3.3(1,705kg)보다 가볍습니다.

하지만 평소 주행감은 3톤 정도 되는 차를 모는 듯 둔중합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안 좋은 의미로서 무겁고 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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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911이 낫지 않나?
(모든 걸 털어놓고 말하자면) AMG GT와 신형 992 사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다 구입했습니다.

 둘은 가격이 절묘하게 겹치고 성능도 거의 비슷하다지요.

메르세데스 AMG가 GT를 만들 때 정조준한 차가 911이라는 것도 유명한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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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개인적인 평가로서 조심스럽지만, 그리고 992는 타 본 적도 없지만- AMG GT는 992에게 안 될 것 같습니다.

 AMG GT는 강하고 좋은 요소의 집합 같습니다. 좋은 것만 엄청 쳐발라 놓았지만 그 조합품이 포르쉐처럼 완벽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운전을 잘 하는 드라이버가 탄다면 모를까 저 같은 일반인에게는 992가 성능을 끌어 쓰기 훨씬 유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높은 완성도의 수퍼 스포츠카가 갖고 싶고 그 차로 랩을 잘 뽑고 싶다면 911이 맞을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코드명 992의 911은 풍채까지 좋아져 제법 수퍼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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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은데 너는 왜 안 샀냐”고요? 사실 포르쉐를 타 봤기 때문에 살짝 지겹기도 해서 AMG GT로 오게 됐습니다.

 여러 차를 타오면서 이제는 뭔가 생경한 차를 타고 싶었습니다. 가

령 8기통 같은 거죠. 그러니까 저와 같은 입장이 아니라면(포르쉐를 탄 적 없다면) 992 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MG GT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인데요. 반대로 포르쉐는 일반인도 운전을 무척 잘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저는 AMG GT를 20년 동안 소장하려 합니다. SLS 수준의 명차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911보다는 보기 드문 차니까요.

어쩌면 이처럼 '드문 차'라는 게 AMG GT의 큰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울러 포르쉐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AMG GT에 대해서는 알아갈 게 많다는 점이 흥분됩니다.

 뭐 이 차와 많이 친해지고 나면 911보다 좋다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죠.

만일 그런 날이 온다면, AMG GT의 두 번째 사용기를 기록해 보겠습니다. 


출처 - 엔카메거진 정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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