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성능감성 볶음밥, 미니 JCW 컨버터블

2,558 2019.06.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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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드라이브의 계절이다. 마음이 급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벚꽃 지면 금세 더워진다. 

혼자만 땡땡이 칠 수는 없으니 “봄을 즐기러 가자”며 편집부 선배들을 설득했다. 그들의 관심을 끌만한 차도 준비했다. 

우리 땡땡이를 함께한 차는 미니 JCW. 그 중에서도 소프트톱을 단 ‘JCW 컨버터블’이다. 

쉽게 말해서 미니 중에서 제일 비싸고 제일 멋지고 제일 빠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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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W 컨버터블은 지난해 국내 공식 출시됐다. 4기통 2.0L 엔진에 트윈스크롤 터보를 단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힘을 낸다. 엔진 스펙은 JCW 3도어와 판박이다. 대신 살 쪘다(1,310→1,390kg). 오픈톱에 따른 보강 때문이다. 

가속도 살짝 느려졌다. JCW 3도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1초 걸린다. JCW 컨버터블은 이보다 0.4초 느리다. 

대신 JCW 컨버터블은 뚜껑 열 수 있다. 버튼 누른 채 18초만 기다리면 오픈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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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경기도 양평이다. 우리는 이른 아침 꽉 막힌 서울을 비집고 나왔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리고 산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루 종일 도심,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를 함께한 JCW 컨버터블의 시승 소감을 전한다.


AM 08:00 / 서울역 – 잠실종합운동장


필자는 미니 오너였다. 대체로 만족했지만 거슬리는 게 있었다. 연골 닳은 듯 뻑뻑한 하체 때문에 시내 주행이 스트레스였다. 5개월만에 중고차 시장에 팔아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물며 고성능 배지 단 JCW는 어떻겠나?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시내 주행은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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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눌렀다. 제법 알싸한 배기소리를 내며 엔진이 돌기 시작했다. 첫인상이 좋다. 

실린더 세 개짜리 엔진을 단 노말보다 확실히 부드러운 질감이다. 운전대와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도 조금은 정제된 듯하다. 

절대적으로 조용한 차는 아니지만 ‘고성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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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을 나와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출퇴근 차들에 물려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주행 모드는 그린 모드로 설정했다.

 미니는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이 확실하게 변한다. 가령 그린 모드는 운전대 무게감을 덜어낸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반응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JCW도 마찬가지다. 가속할 때 예민하게 굴지 않고 운전대도 가벼워져 쓸 데 없는 긴장감을 만들지 않는다.

 고성능차치고는 시내에서 나름(!) 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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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도 합격이다. JCW는 브렘보제 브레이크를 쓴다. 앞은 4피스톤, 뒤는 1피스톤 캘리퍼다. 

스포츠 모델에 스포츠성 짙은 브레이크 조합. 당연히 신경질적일 것 같은 구성이다. 

하지만 JCW 컨버터블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선형적이었다. 

정말 의외다. 덕분에 꽉 막힌 시내에서 운전하는데도 그다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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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양 JCW 컨버터블은 스틸 서스펜션을 단다. 미니 홈페이지에서는 ‘스포츠 서스펜션’으로 표기하고 있다. 쿠퍼 S에 들어가는 서스펜션보다는 단단함에 초점 맞춘 듯한 세팅이다. 하지만 걱정만큼 딱딱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데일리카로 써도 괜찮겠네”라는 필자 의견에 김현규 PD는 반박했다. “미니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며 “절대적으로 시내에서 편한 차는 아니다”며 못을 박았다. 그는 아반떼 스포츠(MT)를 탄다.


AM 10:00 / 잠실종합운동장 – 신청평대교


올림픽대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올랐다. JCW 컨버터블의 달리기 성능을 알아볼 차례다. 앞서 언급했듯 JCW 컨버터블은 3도어보다 느려졌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느린 건 아니다. 이 작은 체구에서 231마력을 내뿜고 최고속도는 240km/h에 이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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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는 토크컨버터식 6단 AT다. 해외에서는 8단 스텝트로닉을 달아주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하지만 부족함은 없다. 

변속이 재빠르고 동력을 잇고 끊는 직결감도 우수하다. 

나름대로 변속 충격을 만들어내 스포티한 맛도 더했다. 변속기 수동모드에서 엔진 회전을 한계까지 올리면 퓨얼컷이 걸린다.

 쿠퍼 S는 레드존에서 강제로 다음 단을 물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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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세팅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내에서는 여느 미니처럼 뻑뻑하지만 속도 오를수록 서서히 유연해지는 듯한 감각이다. 

운전대 중심감은 시종일관 또렷하다. 덕분에 엑셀러레이터를 마음 놓고 밟아도 두렵지 않다. 

대신 차체 사이즈가 짤막해 이따금 민감하게 군다. 예를 들어 다리 이음새와 같은 단차 큰 요철을 지나면 뒤쪽이 허둥댄다. 

물론 실제로 그립을 잃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슴 철렁이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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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도 아쉽다. 미니는 공기저항 따위 신경 안 쓴 듯한 생김새다. 각을 세운 A필러 덕분에 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달린다. JCW 컨버터블은 여기에 소프트톱까지 달았다. 소음이 심할 수 밖에 없다. 시속 100km부터 시끄럽게 굴기 시작한다. 홑겹 소프트톱 덕에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터널에 진입하면 울리는 소리에 잠이 깰 정도였다. 루프 잡소리도 신경 쓰인다. 루프를 완전히 닫아도 ‘뿌지직’하며 플라스틱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고석연 기자는 “어딘가 쥐가 탄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AM 11:00 / 신청평대교 – 양평군청


북한강을 끼고 와인딩 코스로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봄을 즐길 때다. 뚜껑을 열었다. 시속 30km 이하에서는 움직이면서도 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멈춰서 열 필요가 없다. 대신 룸미러 쪽에 마련된 버튼을 완전히 열릴 때까지 누르고 있어야한다. 자세가 묘하다. 어쨌든 오픈하고 나면 개방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천천히 달려도 모든 순간이 그림이다. 대신 이 때에는 꼭 천천히 달려야 한다. A필러가 누워있지 않은 탓에 빠르게 달리면 머리가 산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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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와인딩에 앞서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꿨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 이때부터는 가속 페달의 반응이 한껏 예민해진다. 

배기 사운드도 더욱 커진다. 철제 지붕 덮은 JCW 3도어보다 선명하다. 

가속하다가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들리는 팝콘소리도 가슴 뛰게 한다. 마른 장작 타는 듯한 소리를 내는 벨로스터 N에 비하면 기름진 사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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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력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싱글 터보이지만 가속 페달 밟는 즉시 반응한다. 

트윈스크롤이 터보래그를 줄인 덕분이다. 오르막길에서는 “조금만 더”를 외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무섭게 내달린다. 

코너에서의 운동성도 만족스럽다. 운전대를 잡은 정상현 편집장은 “마치 LSD(차동제한장치)가 달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 자연스럽게 요(YAW)를 연출해 운전 재미를 높인다”고 말했다. 

운전의 정석을 따른다면 수퍼카가 따라 붙어도 승산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숏턴 많은 와인딩 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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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타이어가 아쉽다. 시승차는 던롭 스포츠맥스를 신었다. 

펑크 나도 일정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다. 문제는 타이어의 한계가 너무 일찍 찾아온다는 것.

 코너 진입과 동시에 스퀼음이 나기 시작한다. 

전자제어 장비가 없다면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버릴 기세다. 

반대로 타이어만 바꿔도 이 차의 운동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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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JCW 컨버터블 시승을 마치며…


JCW 컨버터블을 타고 300km를 달렸다. 시승 후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트립 컴퓨터 상 연비는 11.1km/L가 나왔다.

공인 복합 연비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체 심한 서울 도심을 지나 굽이진 산길을 여러 차례 달린 것치고 준수한 기록이다. 

대신 이 차는 옥탄가 95 이상의 고급유만 먹는다. 연비는 생각보다 잘 나오지만 주유비는 적잖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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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미니 JCW 컨버터블은 볶음밥 같은 존재다. 이 차와 함께라면 맵싸한 운동성과 오픈에어링이 주는 여유를 한 번에 맛 볼 수 있다. 

5,57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결코 저렴한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다. 고성능 배지 단 오픈카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대신 세컨카일 때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걸 명심하자. “데일리카로 써도 괜찮겠네”라는 필자의 말은 ‘괜찮다’는 것이지 ‘제격이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김현규 PD의 말처럼 이 차는 편한 차가 아니다. 고석연 기자의 말도 맞다. 평상시 타기에는 너무 시끄럽다.


그럼에도 통장 잔고가 넉넉하다면, 재밌게 굴릴 만한 세컨가가 필요하다면 유심히 살펴보자. 

미니 JCW 컨버터블은 당신의 자동차 생활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훌륭한 선택지이다.




출처 - 엔카매거진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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