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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조용한 택시', 칸 라이언즈 은사자상 수상

3,209 2019.07.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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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칸(Cannes)은 평상시에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1년에 두 번, 수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하나는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아 유명세를 탄 칸 국제 영화제 때문에, 또 하나는 칸 라이언즈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오브 크리에이티비티(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이하 칸 라이언즈) 때문이다. 특히 칸 라이언즈가 열리는 매해 6월 셋째 주에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 마케터와 커뮤니케이터들이 칸을 찾는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 1954년 처음 개최됐다. 칸 국제 영화제에 자극 받은 유럽의 광고 종사자들이 자신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영화로 주목받는 동료들과 비슷하게 인정 받아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보통 영화 감독들이 TV 광고로 경력을 쌓는 걸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초기에는 칸과 베니스에서 교대로 열렸지만, 지난 1985년부터 칸에서만 열리고 있다.

칸 라이언즈 기간에는 칸 시내가 멋쟁이들로 붐빈다

칸 라이언즈의 명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소비 수준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 20세기 중반 TV의 대량 보급과 프린트 미디어의 증가로 광고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올라갔고, 담고자 하는 메시지와 영상의 퀄리티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2019년 현재는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가 발매되고, 채널과 미디어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칸 라이언즈는 미디어의 트렌드와 방향성을 가장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매체 및 기업 콘텐츠 담당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자리로 손꼽힌다.


올해로 66회를 맞은 2019 칸 라이언즈에는 89개국에서 무려 30,953점의 광고가 출품됐다. 지난 2018년부터는 27개 부문을 9개의 트랙(Track)으로 나눠 그랑프리와 금, 은, 동사자 상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을 위해서는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기술 영상 캠페인 ‘조용한 택시’의 디자인 부문 은사자상 수상이 발표되는 장면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기술 영상 캠페인 ‘조용한 택시’는 올해 칸 라이언즈 커뮤니케이션 트랙 디자인 부문(Design Lions)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번 칸 라이언즈 은상 수상은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업계 최초의 은상 수상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디지털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 받은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디자인 부문 심사위원인 리차드 팅(Richard Ting)은 수상작 선정에 앞서 이렇게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디자인은 기업과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의 주체입니다. 올해는 질병과 불평등, 굶주림 등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전달해야 합니다”. ‘조용한 택시’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길래 수상에 성공한 걸까. 


조용한 택시, 어떤 내용을 담았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은 차량 내외부의 모든 소리 정보를 시각화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조용한 택시’ 영상은 지난 2017년 현대차그룹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차량 주행 지원 시스템(ATC, Audio-Tactile Conversion)’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시각에 의존해 운전할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인 운전자들을 위해 차량 내·외부의 모든 소리 정보를 시각·촉각화해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번 커뮤니케이션 트랙 디자인 은상 수상은 ‘조용한 택시’의 시각·촉각 변환 표현 기법이 소비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표현 방법임을 인정받은 결과다.

주인공인 이대호 기사는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사다

영상은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사가 첨단 기술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은 서울시 1호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사인 이대호 씨. 청각장애인으로 운전하다 보니 경적이나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해 다른 운전자들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운전할 때 시각 집중도가 너무 높아 일반 운전자에 비해 몇 배나 더 힘이 드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외부에 붙은 오디오 센서는 도로 위의 수많은 소리들을 인식한다

캠페인 영상에 등장하는 택시는 시각에만 의존해 운전하는 청각장애인 운전자들을 위해 특별히 개조됐다. 우선 자동차 외부에 붙은 오디오 센서는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소리를 인식한다. 예컨대 뒤에서 달려오는 차의 경적 소리나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시키고, 비슷한 소리가 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에 픽토그램을 띄우거나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LED의 불빛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특히 이 기술은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은 물론 일반 자동차의 경적 소리까지 구분해 HUD에 각각의 이미지를 접근하는 방향 정보와 함께 표시한다. 동시에 운전대를 통해서는 진동과 다양한 컬러의 발광다이오드(LED)을 통해 소리 정보를 운전자가 시각과 촉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와 장애물의 거리에 따라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전해주는 시스템도 추가됐다

도로 위 장애물과의 거리도 센서를 통해 자동 감지해 스티어링 휠의 진동으로 알려준다. 먼 거리에 있는 장애물은 길고 얕게, 가까운 거리의 장애물은 짧고 강한 진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덕분에 후진 주차 시에도 보다 안전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용한 택시’ 캠페인 영상이 ‘청각장애인도 충분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장애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용한 택시’의 수상이 의미하는 것

‘조용한 택시’는 칸 라이언즈를 비롯해 글로벌 3개 광고제에서 모두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조용한 택시’는 이미 지난 5월에 열린 세계 3대 국제 광고제인 ‘2019 뉴욕 페스티벌(New York Festivals International Advertising Awards)’에서 동상 4개 수상(PR 부문, 이노베이션 부문, 필름 부문, BEST USE 부문), 미국 원쇼 어워드(The One Show Award)에서도 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칸 라이언즈 수상으로 글로벌 3개 광고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사회적 책임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이면의 문제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차별과 불평등, 양극화 같은 문제들 말이다. 기업이 이런 사회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여론이고, 기업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브랜디드 콘텐츠 역시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조용한 택시’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 작품이었다. 여러 어워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다. 

-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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