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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100만㎞ 보증 던진 만(MAN)의 도발

1,946 2019.07.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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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트럭 포함 현대차도 바짝 긴장

-소비자와 수입사 모두 진정성으로 합의


 3년 또는 30만㎞ 이내, 누적거리와 무관한 3년 또는 5년, 3년 또는 45만㎞ 이내. 이 수치들은 모두 주행거리가 많은 국내 상용차들의 엔진 보증수리기간이다. 거리 무제한의 경우 기간 제한이 있고, 기간이 늘어나면 거리에 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보증수리에 필요한 비용을 이미 차값에 포함시키긴 했으나 무한정 무상보증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다. 실제 보증수리 조건을 지금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설정하려면 제조사가 각종 부품에 대한 내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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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갑자기 만트럭버스코리아가 '7년 또는 100만㎞ 이내'라는 유로6 엔진 보증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물론 100만㎞ 혜택을 받으려면 지속적으로 만트럭버스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로핏 체크 프로그램'에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유상임에도 받는 혜택의 비용을 꼼꼼히 계산하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게 만트럭버스의 주장이다. 그리고 수입사는 20% 이상의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100만㎞'라는 숫자다. 주행거리가 많은 상용차의 특성을 감안해 100만㎞를 약속한 건 그 만큼 제품 관리의 일관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만트럭버스는 이런 총체적인 제품관리 시스템에 ‘케어플러스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케어플러스7이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만트럭버스 독일 본사의 요아킴 드리스 회장은 케어플러스7에 대해 "오로지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프로핏 체크를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래 전부터 보증수리기간을 늘리기 위해 상용차의 누적 서비스 데이터를 활용했고, 프로그램 마련 전부터 소비자 의견을 받아들여 소비자에게 유리하되 수입사도 비용 감당이 가능한 수준의 ‘윈-윈’ 효과를 만들기 위해 힘써 왔다는 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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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상용차는 다양한 화물을 끊임없이 싣고 나른다. 드라이빙을 즐기는 승용차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연료비 절감과 고장없는 내구성은 사업비용을 줄이는 핵심 항목으로 꼽힌다. 특히 고장이 나면 수리기간만큼 운행하지 못해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국내외의 수많은 상용차기업들도 보증수리기간과 거리의 설정은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고, 그에 따른 소비자 불만은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만트럭버스의 100만㎞ 보증은 여러 경쟁사들의 고민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이를 따라가려면 부품 내구성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차종 또는 운행 구간별 고장률 등을 파악해야 한다. 보증수리는 일종의 보험과 같아서 제품에 대한 신뢰와 운행데이터의 정밀 분석없이는 쉽게 확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트럭버스도 순수한(?) 의도로만 100만㎞ 보증수리를 내건 건 아니다. 지난해 소비자들로부터 제품 불만이 쏟아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케어플러스7을 도입했다. 결국 만트럭버스를 바꾼 건 소비자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만트럭버스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진정성있게 수용한 점은 반길 일이다. 이를 계기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수입사 모두가 이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촉발은 소비자 불만이었지만 이를 적극 수용한 기업의 전향적 태도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래서 최근 상용차업계에선 '100만㎞ 노이로제'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만트럭버스의 100만㎞ 보증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지금의 보증기간을 유지하느냐의 선택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따라가자니 위험부담이 있고, 따라가지 않으려니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는 건 물론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고민이다. 결국 만트럭버스의 100만㎞ 보증이 경쟁 상용차업체들의 보증수리 연장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다면 소비자로선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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